2009. 3. 29.
행복한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를 갓 시작한 1쌍의 부부가 설레는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이국적인 문화의 호주인들과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눌한 영어에 손발짓 써가며 부대끼는 여행을 통해 서로의 사랑도 확인하고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신혼여행.
짧은 기간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며, 또 앞으로 더 아끼고 행복하자고 다짐하는 약속여행은 벅찬 감동 그 자체다.
커플티를 입고 돌아다니는 우리를 보고 ‘멋있다’거나 ‘예쁘다’거나 혹은 ‘귀엽다’는 표현으로 기쁨 준 호주인들의 모습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만히 눈을 감아보니, 환상적인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릿지, 하이드파크 공원, 듀랄롱 밸리 리조트, 시월드, 농물농장 등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스쳐 지나간다.
시나브로 태어난 우리 2세 나래와 함께 그 때 그 기억을 되살려 본다.
2008년 3월 30일, 호주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이는 브리스베인 공항의 검색원들. 세계 어느 나라를 가건 별반 반갑지 않은 마중객들이다.
공항을 도망치듯 빠져나와 처음으로 들른 곳은 호주의 한 전통농장. 버스로 약 50여 분을 내달리니 산동네에 옹기종기 집을 짓고 사는 호주인들의 여유로움이 사뭇 부러워진다. 도로 중앙은 숲으로 분리돼 이국적 자연의 숨결이 느껴진다.
양 도로가에 빽빽이 우거진 숲은 낯선 이의 호기심 어린 시야를 가리면서 주변 경관을 즐기는 재미를 시새움한다. 나름대로 운치는 있다. 때때로 키 작은 숲 너머로 내다보이는 초원엔 맘껏 뛰노는 말떼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전통농장에 도착하자 마자 바비큐로 배를 불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 여행길에 허기진 배를 채워야 캥거루, 코알라, 양털 깎기 등 앞으로 우리 눈 앞에 펼쳐질 멋지고 매녁적인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비큐 식사 후 우리 시선을 가장 먼저 끄는 것은 호주의 대표 동물 가운데 하나인 잠팅이 코알라.
'물이 없다'는 뜻의 코알라는 호주에서만 볼 수 있다. 물을 거의 먹지 않고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산다. '유칼립투스'는 그리스어로 '아름답다', 덮인다'의 합성어로 꽃의 모양에서 유래한 것이다. 유칼립투스에는 기침, 천식에 효과가 있다는 시네올이란 화학 성분이 있다. 하지만 독성 성분이 있어 이 잎을 먹은 코알라는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가까이 잠 속에 빠져 산다.
몽실몽실 작고 느리고 귀여운 코알라, 꼭 껴안아보고 싶다. 하지만 14달러를 지불하고도 모든 여행객들이 하는 것처럼 2년 6개월 된 코알라 ‘클란시’를 품에 안고 머리를 만지는 한결같은 포즈밖에 취할 수 없다. 사진 한 장 남긴 것이 그저 위안이 될 뿐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머니에 아기를 넣고 다니는 캥거루와 코알라가 뒤엉켜 사는 농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뛰어다니는 캥거루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바로 옆에서 포즈를 취하며 같이 노는 양 사진을 찍는 것이 마치 어린 아이같다.
양털 깎기 쇼는 호주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중의 사건이다.
무대 앞에 뺑 둘러 않은 구경꾼들은 우리 한국인들과 중국인들, 그리고 몇몇 현지 도시인들, 혹은 영어권 나라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양털 깎기 시범을 하던 아저씨 캠빗이 갑자기 알통이 있거나 예쁘거나 몸매가 좋거나 하다고 생각하는 관광객은 손을 들어보라고 한다. 직접 양털을 깎아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멋진 알통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 손 들어보라 할 때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번쩍 손을 들었다. 하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날 보지 못한 모양이다.ㅠㅠ무대 바로 앞에 서 있던 사람에게 올라오란다. 캠빗은 그 사람의 알통을 만져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다시 신청자를 받는다. 다시 한번 손을 치켜들었더니 복조가리가 있었던지, 나를 지목한다. 캠빗이 사람 보는 눈이 있는 게 분명하다.
알통에 힘을 주라고 한 뒤 만져보더니 ‘굿’이란다. 캠빗 당신도 ‘굿’이야. 비록 캠빗 뒤에서 털깎이 기계에 손만 얹어 체험을 해보았지만 매우 인상적이다. 털깎이 시범 후에는 캠빗이 내 좋은 알통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주겠단다. 깎은 털로 많은 관광객들 앞에서 ‘뽀빠이 알통’을 만들어준다.
살인미소를 지으며 '뽀빠이' 포즈를 취하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동네에선 스타가 아니었지만, 호주의 첫 한류스타 등극 아닌가.ㅋㅋ
캠빗은 예전에 가위로 직접 깎을 때는 하루 40마리도 힘들었지만, 요즘은 기계로 깎기 때문에 하루 8시간 동안 무려 300마리나 깎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여 종의 양 가운데 8종을 보여주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 몸의 털을 다 벗기는 양털 깎기 시범도 보여준다.
이어 유목민들의 커피 끓여 마시기, 말 채찍몰이, 말 타고 양 몰이하기, 부메랑 던지기 등 다양한 공연도 관람한다.
아내 아라는 채찍몰이를 하던 한 건장한 청년과 사진을 찍고 싶단다. 먼 이국땅에서 질투하며 시간 허비하느니 그냥 추억이라 생각하고 멋지게 찍어준다.
4시간여 동안의 즐거웠던 그리고 떠나기가 못내 아쉬웠던 전통농장을 뒤로하고 시내로 향한다.
시내에 들어서니, 골드코스트 맞은편에 78층, 323m 높이의 세계 최고층 아파트인 ‘Q1’ 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다. 한 침실에 15억 원이나 할 정도로 호화스러운 아파트다. 모양 또한 시드니 올림픽 성화를 형상화했다. 77층 전망대까지 단 43초만에 올라가 골드코스트 해변과 주위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단다. 당연히 돈 많은 관광객이 몰리겠지. 이 아파트 수익만으로도 골드코스트 주민들을 먹여 살릴 정도라니... 건물 내부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쫓기는 일정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만 한다. 바삐 사진에 담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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