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30.
호주여행 두번째 날. 아침 일찌거니 브리스베인의 박쥐공원으로 달려간다.
브리스베인은 1750년대부터 10여 년간 영국 뉴 사우스 웨일즈 주의 악독한 사형수와 정치범들을 이주시킨 곳이다. 하지만 열대지방으로서 농업 잠재성이 크고 광물이 풍부해 빠르게 도시 형태를 갖추며 발전한다.
흉악범이 이주한 곳이라 해서 다소 공포스럽기도 했지만 이들이 농민으로 정착하면서 순수한 원주민들과 어울리며 성품이 온순해졌단다. 애초에 범죄자가 많았던 때문인지 세금 포탈이나 인종 차별 등 각종 사회악을 일소하기 위한 법률이 발달해 오히려 살기 좋은 곳이라고.
열대성 및 아열대성 기후에, 웅장한 해안선을 따라 잘 발달된 모래사장,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해주는 북부 지역의 작은 섬들, 환상적인 다양한 생물군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 이름 붙여진 도시이기도 하다. 땅도 어마어마하게 넓어 곳곳에 공원이 널려 있다. 시내를 들어가도 건물마다 화단이 늘어서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다.
박쥐공원도 그 중 한 곳.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야외무대가 있고 가족끼리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게끔 수도와 화로도 준비돼 있다. 연못에는 희귀한 물고기떼와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유유자적, 유토피아가 따로 없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사니 주민들도 온순해질 수밖에.
다시 버스로 이동해 양모공장에 들른다.
이곳에선 어제 내가 깎았던 양털이 벌써 이불과 옷, 방석 등 상품으로 가공돼 반긴다.
포근해보이는 촉감과 장사치의 말발 때문에 언듯 사고는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머뭇거리며 지갑을 만지작 만지작 한다.
먼저 호주 여행을 하고 왔던 주위 친구들이 짝퉁이 많으니 살 필요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던 터라 더욱 망설여지는 건 인지상정인가보다.
하지만 미래에 태어날 우리 2세 지금의 나래를 위해 큰 맘 먹고 아기 이불을 하나 산다.
후회스럽다. 울 마크 확인하고 양털이 안 빠진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 한 번 써보니 영~~. 결국 나래에겐 덮어주지도 못하고 있다. 여행가면 남는 건 사진이고, 없어지는 건 돈이라더니...
일만 저지른 후 우리는 환상의 섬 시월드로 발길을 돌린다. 무비월드, 워터월드, 전통농장 등과 함께 골드코스트 4대 테마파크 중 하나다.
이곳에서 비파조개를 주어가면 벌금으로 무려 2만 2천 달러를 물어야 한단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이곳 사람들의 지성과 규제가 세계적인 관광지를 만들어낸 힘일 것이다.
물 속에서 공중으로 높이 치솟는 돌고래 쇼와 물게 연극, 수상스키 쇼에 버뮤다 트라이앵글 등 놀이기구도 즐기고 수족관의 호주상어 등 각종 열대어들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역시 헬기투어. 난 생 처음 헬기를 타고 약 10분여 동안 아름다운 시월드 해변을 조망한다. 황홀 그 자체다. 입이 딱 벌어져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여기 저기 사진 찍기 바쁘다 보니 10분이 1분처럼 훌쩍 지나가버린다. 사랑하는 아라와 같이 옆에 타지 못하고 앞뒤로 나눠 앉아 그 황홀함을 함께이면서 또 따로 즐긴 것이 한없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헬기 속 우리 모습을 비디오로 담은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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