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
여행 마지막 날, 드디어 호주여행의 백미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달링하버의 시드니수족관 등 시내관광에 나선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드니 수족관.

거대한 파도형으로 돼 있다. 호주 전역에서 서식하는 5천여 종에 달하는 거의 모든 수생동물을 만나볼 수 있다. 다이버가 수중에서 상어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문도 친절하게 준비돼 있다. 한국인이 참 많이도 찾는 곳인가보다. 아라는 수족관 구경은 뒤로하고 호주에서 소풍 나온 초등생들 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사진을 찍어 달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근육질의 사내들이 아니어서...
오페라하우스를 가기 전에 바다 건너편에서 넌지시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볼 수 있는 하이드파크로 향한다.
시드니 중심에 자리잡아 예전에는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했다는 요새 중 요새다. 바다 건너 하버브릿지와 웅장한 오페라하우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세계의 백만장자들과 연예계 거물들이 산다는 수상아파트가 저 멀리 펼쳐져 있다. 화물 하역장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데 오히려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들어 살아보고픈 마음이 절로 생긴다. 평균 집 가격은 55만 달러. "아라야 우리도 돈 많이 벌어서 저런 멋진 집에서 한 번 살아보자~~."

하이드파크와 오페라하우스 사이 해협을 유람하는 시푸드 크루즈를 타고 세계3대 미항 중 하나인 시드니의 풍광을 둘러본다.
503m 길이의 아치형 다리로 세계 두 번째로 길다는 싱글아치형 다리 하버브릿지를 전망으로, 또 오페라하우스를 전망으로 선상 사진 찍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보니, 2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다.

그리고 오페라하우스로. 사실 우리가 호주를 여행지로 꼽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로망 그 자체다.
10개의 둥근 아치모형은 접시에 놓여진 과일인 듯, 옆으로 세워 포개놓은 조개 껍질인 듯,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돛단배인 듯. 한 폭의 그림처럼 서 있는 오페라하우스의 웅장함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페티김이나 조수미처럼은 아니지만 노래를 잘 하는 아라의 노랫가락 소리를 이곳에서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페라하우스에 이는 거센 해풍만 느낄 뿐 내부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겉모습만 사진에 담은 채 돌아와야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들어가보지 못해 확인은 못했으나 5개의 크고 작은 공연장이 있다는 오페라하우스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세계 10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오페라하우스 외관이라도 만지고 사진에 담아 온 것에 만족할 뿐이다.
오페라하우스가 만인의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면 우리만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여행 마지막 밤을 지새운 시드니 공항 인근 스탠포드 매스코트 호텔. 여행 내내 그랬지만 이날도 오후 5시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여장을 푼다.

매일같이 둘만이 호텔 근처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상점들을 둘러보고 아이쇼핑을 즐기며 배회했던 것처럼 이날도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공항이 외딴 곳에 위치해서인지 둘러볼 곳이 없다.
걸어서 한 30분 거리의 기차역을 가보고 다시 정 반대쪽의 공항까지 갔지만 목이 마르고 지치기만 할 뿐.
그런데 여행 마지막 날이라 이미 호주 돈을 다 써버린 터. 자판기 음료수도 못마실 지경이다. 공항 직원들도 거의 다 퇴근한 상태다. 정말 사람들의 일과가 일찍 끝나는 나라다.
마침 비행기 한 대가 방금 도착해 몇몇 직원들이 눈에 띌 뿐이다.
우리는 착해보이는 한 직원에게 가서 손짓 발짓 하며 짧은 영어로 갈증이 나는데 호주 돈이 없다고 설명하자 처음엔 귀찮다는 듯 하더니 나중엔 어느정도 알아들었는지 동전을 준다. 달러화로 환전해주겠다는 것을 극구 사양하며. 착하기도 하지.
그렇게 갈증을 해소하긴 했는데 이제 호텔까지 가려니 지칠 대로 지친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
택시를 잡아 달러화를 보여주니 달러는 안 받겠다는 것인지, 이국 손님이 무서워서인지, 고개를 설레설레. 그래서 생각한 게 자가용 잡아타자는 위험한(?) 생각을 해봤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거의 포기 상태로 그냥 걸어가려다 마지막 한 번 더 해보자고 잡은 것이 다행스럽게도 맘씨 좋은 아저씨를 만난다. 호텔까지 친절하게 태워준 아저씨. "호주여행의 재미를 더해줘 고마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위험천만한 일이었으나, 별 탈 앖이 돌아왔으니 이국 땅에서의 이야기거리로 남았다.
호주인들은 꼭 필요한 돈만 벌고 살아간다. 아주 동물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욕심이 많아서 배를 채우고도 후일을 생각하며 저축을 하지만 동물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 불리 먹고도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먹을 것을 저축하기 위해 계속 쉬지 않고 일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주에 가면 일벌레 소리를 들으며 돈을 잘 번단다.
어찌 보면 게으른 사람들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살고 가는 인생 일만 하며 불행히 살다 가는 것보다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삶이 아닌가 싶다.
물론 실직자도 여행을 즐기며 살 수 있을 만큼 수당을 지급하는 등 복지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만. 아무튼 부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몇년 후 또다시 호주를 가게 되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어서 또 가보고 싶다.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결혼 10주년 온가족 호주여행이 실현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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