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6.
결혼 11주년 기념 일본 가족여행1
시나브로 딱 2주 후면 결혼 11주년이다. 머문 듯 가버리는 것이 세월이라더니, 11년이 후딱 지나갔다. 호주로 떠난 신혼여행 때 10년 후에 아이들과 함께 다시 오자고 약속했건만, 이심전심 가멸지 않은 살림을 핑계로 지키지 못했다. 그저 10주년 동영상으로 위안을 삼으며 갈음했을 뿐이다.
하지만 올해는 기어이 사고를 치고야 만다. 우리 딸랑구 나래 초등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 두 명의 가족과 함께. 나래와 한결 가족, 하은과 윤하 가족, 상훈과 상빈 가족, 도타운 세 가족이다. 호주까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일본으로의 가족여행. 일본에서도 가장 가까운 규슈지역이다. 처음 계획을 세우던 몇 달 전부터 아이들이 학수고대했던 첫 해외 나들이. 여행은 항상 어른이나 아이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남악에서 차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니, 편하고 좋다. 주차장이 무료다. 공항이 번잡하지도 않다. 출국수속도 빠르다. 규슈지역 오이타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비행기에서 아이들과 규슈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알아두면 좋을만한 일본어 몇 개를 함께 외우다 보니, 1시간 10분이 금세 지나 비행기에서 내릴 시간이다.
규슈(九州)는 일본 4개의 열도 가운데 남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북쪽으로 시코쿠, 혼슈, 홋카이도가 자리하고 있다. 면적으로는 혼슈, 홋카이도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9개의 지방’을 뜻하는 지역 명은 봉건시대 토지 분할에서 유래했다. 9개의 지방은 지쿠젠국, 지쿠고국, 히젠국, 히고국, 부젠국, 분고국, 휴가국, 오스미국, 사쓰마국이다.
북쪽으로 시모노세키(下關) 해협을 사이에 두고 혼슈와 마주하고 있다. 기타큐슈시가 혼슈로 통하는 관문이다. 북서쪽으로 한반도와 사이에 대한해협이 있다.
현재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오이타, 미야자키, 가고시마, 7개 현이 있다. 인구는 1천300만 명이다. 대마도와 아마쿠사제도의 섬을 품고 있으며, 넓게는 오키나와까지 포함한다. 주요 도시는 공업도시인 기타큐슈시, 상업도시인 후쿠오카시와 나가사키시가 있다.
‘1할 경제 지역’이라 불린다. 면적, 인구, 자동차 생산이 일본 전체의 1할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여행지는 규슈의 북동쪽에 위치한 오이타현. 후쿠오카 근교 여행지로 뜨고 있는 곳이다. 지옥온천으로 유명한 벳푸,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규슈의 교토라고 불리는 히타, 관광지로 개발돼 아기자기한 유후인이 유명하다. 벳푸에는 2천800개의 온천이 분출하고 있다. 일본 전역의 온천도시를 통틀어 가장 많다. 한마디로 온천 천국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온천이다. 과거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보잘 것 없는 땅이었지만 지금은 톡톡히 효자노릇을 한다. 이곳 온천은 아소산의 화산활동에서 비롯됐다.
‘아침 인사’는 ‘오하요 고자이마스(おはようございます)’, ‘점심 인사’는 ‘곤니치와(こんにちは)’, ‘저녁 인사’는 ‘곤방와(ごんばんは)’, ‘감사합니다’는 ‘아리가토우 고자이마스(有難うございます)’, ‘안녕히 가세요’는 ‘샤요우 나라(さようなら)’, ‘미안합니다’는 ‘스미마셍(すみません)’, ‘실례합니다’는 ‘시츠레이 시마스(失禮します)’, ‘예’는 ‘하이(はい)’,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는 ‘와타시와 캉코쿠진데스(私は韓國人です)’. 딱히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일본어다.
오이타공항은 꽤나 큰 인근의 후쿠오카공항과 달리 조그맣다. 무안공항과 비슷한 규모다. 활주로 옆 검푸른 바다를 뒤로 하고 입국 수속을 하러 간다.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만 줄을 서 있다. 입국 수속이 빨라 좋다. 작은 공항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지문 날인 요구에 잠시 기분을 잡친다. 뭐 그래도 해외 첫 가족여행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공항에 전망대가 있다.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고층건물엔 하나같이 전망대가 있는 일본 특유의 정체성이 담긴 시설이랄까. 공항 자체가 조그마해 이미 비행기 안에서 한눈에 다 봐두었기에 들르지 않고 바로 렌터카 회사로 간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나을 듯싶어 국제면허증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렌터카 가격은 우리나라와 엇비슷하다.
공항 앞 타임즈렌터카에서 가족당 렌터카 한 대씩을 대여받아 50여 분 거리의 벳푸로 향한다. 운전석이 우리와 반대편이어서 어색하긴 하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운전에 크게 지장은 없다. 깜빡이를 키려다 자꾸만 와이퍼를 작동하는 바람에 잠시 당황해하며, 헛웃음을 참을 뿐이다.
숙소가 있는 벳푸 시내로 들어선다. 벳푸만 해안선을 따라 아사히 맥주 광고탑을 지나면 바로 벳푸시 최고의 쇼핑센터인 ‘유메타운(you me)’이 보인다. 영어 간판을 보고 ‘너와 나, 우리 함께 쇼핑을 즐기자는 뜻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일본어 ‘유메’는 ‘꿈’이라는 뜻이란다. 꿈같은 가격에 쇼핑을 즐기라는 의미인 듯 대부분의 물품이 저렴하다. 다양한 메뉴가 있는 1층 식당가에서 저녁 요기를 한다. 사흘간 먹을 시장을 본다. 쇼핑도 즐긴다. ‘아디다스’와 ‘아식스’ 신발 1천 앤 팻말을 보고 한결왕자한테 맘에 드는 신발을 골라보라 한다. 아디다스를 고르랬더니 옆에 있는 아식스를 고르네. 엄마가 아디다스가 더 좋다며 선택을 강요한다. 한결이는 입꼬리를 올리며 뾰로통한 표정이다. 아식스가 더 맘에 든단다. 그래서 내가 “아식스맨이 스포츠맨~”이라고 흥얼거렸더니, 열두 명의 일행 중 한 명만 웃을 뿐, 다들 뭔 소리냐는 투로 쳐다본다. 소싯적 티비광고 생각 안 나냐니까 그런 것도 있었냐고 되묻는다. 어쨌든 한결이를 이길 수 없는 엄마는 아식스를 사기로 하고 계산대로 간다. 일본에 오자 마자 득템했다고 룰루랄라 갔는데 점원이 3천150앤
이란다. 우리 돈으로 3만 2천 원 정도. 1천앤 아니냐고 물었더니, 정가에서 1천앤 할인해준단다. 팻말을 다시 보니 1천앤 뒤 ‘할인’이라는 작은 글자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1천 앤 할인이면 3천 앤이어야 하는데 왜 150앤이 더 붙냐니까, 그건 또 세금이란다. 우쒸. 웃고 있는 한결이 얼굴을 보니 물릴 수도 없고, 그냥 계산한다. 그래도 싼 편이니까.
숙소는 ‘심플 스테이 벳푸’. 2.5성급 숙박시설인 ‘노가미혼칸’에서 운영하는 아파트형 시설이다. 무료 와아파이 서비스가 된다. 침대방 하나에, 일본 전통의 방처럼 꾸며놓은 방 하나, 거실과 주방, 우리 가족 4명이서 쉬기엔 널따랗다. 화장실은 변기만 있다. 맞은편에 샤워실이 있다. 그 중간에 손을 씻는 세수대가 있다. 창문을 통해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벳푸만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딸랑구 해수욕을 하고 싶단다. 나래야 아직은 추워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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