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7.
결혼11주년 기념 일본 가족여행2
본격적인 여행 첫 날.
‘우미타마고 수족관’으로 간다. 벳푸만 해안선을 타고 남쪽으로 10분만 내려가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듯 자리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벳푸만의 검푸른 바다를 풍경삼아 사진을 남기고 입장한다.
입구에 들어가면 커다란 고래 조형물이 천장에서 반긴다. 대형 수족관에서 상어와 가오리 고래를 비롯한 온갖 아름다운 색상을 한 신기 방기한 물고기들을 훑어본다. 흰색과 노란색 줄무늬의 기다란 몸이 모래 속으로 들락날락하는 ‘니시키아나고’가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터널 수족관을 지나 어린이놀이터에서 두더지 잡기 놀이에 신난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은 바다가 이어진 듯 자리를 잡은 옥외 퍼포먼스 구역. 수족관 구경에 시간이 늦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미타마 퍼포머스’가 이미 시작됐다. 덩치 큰 귀염둥이 바다사자의 재롱, 링을 받으라고 던지니까 피해버리고, 조련사의 팔에 앉아 마지막 인사를 하는 펠리칸에 이어 드디어 최고 인기 동물인 바다코끼리 입장. 사람처럼 꼬리지느러미로 앉아도 보고, 앞지느러미로 박수도 치고, 쇼에 참여한 어린 아이에게 ‘푸우웅~’ 소리도 지른다. 가장 압권은 윗몸일으키기. 배에 왕자 근육은 없지만 얼마나 잘 하던지. 퍼포먼스가 마무리되고 바다사자와 사진 찍는 시간도 아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다. 또 잠시 수족관을 맴돌다 옥외 돌고래 수영장으로 향한다. ‘돌고래 퍼포먼스’. 에고에고, 제주에서 몇 번 봐서인지 아이들이 재미 없다네.
바다코끼리 쇼의 여운을 뒤로하고 45분간 꼬불꼬불 산길을 돌고 돌아 찾은 곳은 유후인. 관광을 목적으로 개발한 지역이다.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하루 만에 거의 다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오후에 왔으니 ‘긴린코(錦鱗湖)’와, 바로 맞닿아 있는 ‘유노츠보 거리’만 둘러본다.
먼저 들른 유노츠보 거리는 일본풍 물씬 나는 기념품이 즐비한 쇼핑지역이다. 입구에 헬로키티 전문 상점이 있다. 인력거꾼이 뒤에서 손님과 이야기 하는 사이 아이들이 앞에서 끄는 시늉을 하기에 사진으로 남겨둔다. 오르골 상점도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녹차 전문 상점, 벌꿀 아이스크림 등에 눈 돌아가는 아이들 손을 이끌고 ‘금상고로케’ 판매점으로 간다. 유노츠보 거리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고로케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간판이 빨간색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고로케 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금상고로케라고 이름 지었단다. 감자고로케, 치즈고로케, 카레고로케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역시 금상고로케 맛이 최고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으로 달래준다. 저렴하고 싼 유리공예부터 아주 비싼 유리잔까지 다양한 유리공예품 상점도 있다. 평소엔 평범한 우산인데 물이 닿으면 꽃이 피는 것처럼 꽃잎이 보이는 이쁜 꽃잎 우산도 있다는데 찾지 못해 아쉽다.
다시 유노츠보 거리를 되돌아와 주차장이 있는 긴린코로. 유휴인에서 다들 한 번쯤은 들러본다는 호수다. 아침 물안개가 장관이라는 데 숙소에서 차로 40분 거리인데다 꼬불꼬불 산을 하나 넘어가는 길이어서 안전을 생각해 낮에 와본다. 와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다더니, 정말 째깐하다. 남악 저수지보다 작은 것 같다. 잉어와 송사리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 들머리 맞은편 둔치에는 호텔과 식당을 함께 하는 ‘토요노쿠니 리조트’. 호수 위에 떠있는 듯 운치가 있다. 건물 자체가 딱히 좋아보이진 않는다. 건물 옆에는 조그마한 ‘도리이’가 있다. 도리이는 일본의 토속종교 시설인 신사의 입구를 표시하는 의식적 관문이다. 수많은 변형이 있지만, 보통은 2개의 원통형 수직기둥 위에 직사각형의 들보가 가로로 2개 얹혀 있다. 첫 번째 가로대는 기둥의 양쪽 끝을 지나 바깥까지 뻗어 있다. 두 번째 가로대는 약간 아래쪽에 걸쳐져 있다. 불교와 함께 일본에 전래된 인도의 아치형 관문인 ‘도라나’와 관계가 있다는 설이 있다. 만주나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대문과 관련 있다는 설도 있다. 흔히 붉은색 칠을 한다. 신사의 신성한 공간과 외부 평범한 공간의 경계를 나타낸다. 산이나 바위 같은 곳에 세워 그곳이 신성한 장소임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곳 도리이 뒤에는 ‘텐소신사’가 있다. 그 오른쪽 뒤에 유후다케산이 호수를 감싸고 있다.
호수가 조그맣고, 나무다리가 있는데다 마르크 샤갈의 작품을 전시한 오두막같은 건물의 미술관도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근데 다들 유노츠보 거리를 돌아다니느라 지쳐서 눈과 사진으로만 담아온다. 온천이 많아 산 속에 하얀 수증기도 볼 수 있다는데, 우리에게는 그런 풍경이 허락되지 않는다.
샤갈은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계지만 프랑스로 귀화한 화가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며,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힌다. 어린 시절 러시아 상트페테르브르크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 고갱의 작품을 접하게 되고, 파리 유학을 통해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는다. 자유로운 화면 구성과 색채가 샤갈만의 표현 방식이다. 비현실적인 공간 구성에 몽환적이고 강렬한 색채를 입힌다. 20세기 초 파리에서 절정을 이룬 모더니즘 미술 양식과 샤갈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러시아 예술의 특징, 신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유대 신비주의 하시디즘의 세계관이 어우러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샤갈은 또 삽화, 스테인드글라스, 무대미술과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장르에 손을 뻗쳐 성과를 일궈냈다. 특히 판화 분야에서 뛰어나 화가이자 판화가로 알려져 있다.
25세 생애 최초의 자화상인 ‘일곱 손가랑의 자화상’을 비롯해 ‘앉아 있는 붉은 누드’, ‘누워있는 시인’, ‘세시 반(시인)’, ‘나와 마을’, ‘서커스’, ‘이카루스의 추락’ 등이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되돌아와 벳푸의 '모리노유 온천'으로 간다. 가족과 커플 여행객이 많은 온천 리조트다. 정원에 에메랄드빛 대노천탕이 있다. 그 주변에 5개의 조그마한 온천탕이 있다. 수영복을 입고 노곤노곤한 온천을 즐기며 하루 여정의 피곤을 씻어낸다.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온천을 즐기는 사람은 우리 일행뿐이다. 봄이 왔건만, 일본에서 가장 빨리 사쿠라가 피는 규슈라건만 ‘춘래불사춘’이라 아직은 차가운 날씨다. 그렇다고 ‘입춘 거꾸로 붙였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꽃샘추위까지는 아니다. 온천욕을 즐기기엔 오히려 좋은 날씨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는 게 온천욕의 재미라 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대노천탕에서 물놀이 하듯 온천을 즐긴다. 어른들은 조그마한 탕에서 따뜻하게 몸을 녹여주고 찬바람에 머리를 식혀본다. 두세 시간 예상했는데 아이들이 재미가 없는지 한 시간 만에 끝이 난다.
온천욕 전에 벳푸만을 바라보면서 뜨끈뜨끈한 모래찜질(가이힌 스나유)로 몸의 노폐물을 빼보려 했으나, 대기자가 많아 해보지 못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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