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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의 해외여행

샛강의 이탈리아 여행, 밀라노 두오모,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 라 스칼라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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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21.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여행기8

유럽여행 마지막 날!

 

시나브로, 벌써 유럽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이탈리아 경제의 심장부인 밀라노를 찾아간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의 주도다. 패션의 도시답게 골목골목에 브랜드매장이 즐비하다. 아파트 베란다엔 화분으로 나무숲을 입혔다.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여서 고층빌딩이 많다. 말투도 사나운 다른 지역과 달리 점잖다. 무인 지하철이 운행되고, 교통 지옥이지만, 땅을 파면 유적이 나오니 지하 주차장이 없다. 보통 불법 주차는 봐주는데 장시간 이어지면 바퀴에 자물쇠를 채워버린단다.

 

피렌체에 메디치 가문이 있다면 밀라노엔 비스콘티 가문이 있다. 1277년 귀족 세력의 지지를 받은 비스콘티 가문이 밀라노의 의 영주가 되고, 오랜 기간 군림한다. 가문의 마지막 계승자인 필리포 마리아(1392~1447)가 딸 비앙카 마리아만을 남기고 죽는다. 그녀의 남편인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장군이 영주가 돼 스포르차 가문의 지배가 지속된다. 1535년 에스파냐의 지배하에 들어가기까지다. 두 가문이 지배하는 동안 두오모 성당 건축이 진척되고, 브라만테,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을 비롯한 문인,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밀라노의 황금시대를 일군다.

 

제일 먼저 스포르체스코성으로 향한다. 비스콘티 공작의 성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손길이 닿은 곳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많은 손상을 입은 것을 복원했다. 남쪽 입구에 평화의 문이 있다. 로마로 향하는 문이다. 성 안으로 들어가니 삐꼴로 떼아뜨로가 눈에 띈다. 삐꼴로는 극장이다. 뒤에 떼아뜨로가 붙으면 작은 극장을 뜻한다. 이곳 고미술박물관에선 기원전의 고미술품부터 고대 로마, 중세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수족관, 박물관 등도 있다.

 

이어 빅토리아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를 가는 길에 주세페 가리발디 장군 청동상이 있다. 가리발디는 1800년 중반 엠마누엘레의 사르데냐왕국 편에 서서 남이탈리아왕국을 점령하는 등 이탈리아 통일에 기여한다.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70년이 넘은 삐꼴로도 있다.

 

갤러리로 가는 긴 도로에서 한 흑형이 니 하오 하며 반갑게 인사한다. 동양인이면 모두 중국인으로 보이나? 혼쭐을 내주고 싶지만 일단 못 들은 척 시선을 피한다. 다행히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지나친다.

 

인사를 받아주면 친절하게 다가와 해맑은 표정으로 손목에 실팔찌를 해준다. 그 대가는 20유로. 안 주겠다고 버티면 주변의 흑형들이 일제히 몰려드니 피해갈 수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다시 마주칠세라 눈의 초점을 흐린 채 걷다 보니 어느새 빅토리아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다. 1867년부터 100년 동안 지어진 명품 쇼핑몰. 유리와 철을 활용한 돔 양식의 장방형 건물이다. 200미터나 길게 늘어서 있다. 한복판 중앙 십자로의 8각형 모자이크 바닥에는 이탈리아 주요 4개 도시의 상징이 있다. 피렌체의 백합’, 로마의 늑대’, 밀라노의 십자가’, 토리노의 황소. 이 가운데 토리노의 황소에는 불알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 위를 세 바퀴 돌면 소원이 이뤄진단다.

 

로마의 늑대에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형제가 그려져 있다. 로마의 건국신화 이야기다. 둘이 성장해 싸우게 되면서 로물루스가 승리해 기원전 753년 팔라티노스 언덕에 로마를 세운다.

 

트로이가 그리스군의 목마 탓에 불길에 휩싸이던 밤, 트로이의 영웅 가운데 한 명인 아이네아스(Aeneas)가 탈출한다. 아내를 잃고, 늙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만을 데리고 그를 따르는 많은 국민들과 함께. 가까스로 이탈리아 근처에 다다를 즈음 풍랑을 만나 아프리카 해안 카르타고까지 밀려간다. 그곳은 티루스 이민들이 여왕 디도(Dido)의 지도하에 융성해가던 터. 디도는 티루스 왕 베로스의 딸이다. 선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피그말리온의 여동생이다. 그녀의 남편은 쉬카이오스라는 재산가다. 돈이 많으면 예나 지금이나 분란이 생기게 마련이다. 피그말리온이 재산에 눈이 어두워 그를 죽인다. 디도는 이곳 카르타고로 도망친다. 디도는 아이네아스의 멋진 모험담을 듣고 사모의 정을 느낀다. 결국 아이네아스는 여왕과 사랑에 빠진다.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맹세를 잊은 채 몇 달을 꿈같이 보낸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려 이탈리아를 찾아 떠난다. 디도는 장작더미 위에 올라 칼로 목숨을 끊은 뒤, 장작과 함께 한줌의 재로 사라진다.

 

이탈리아 테베레 강가에 정착한 아이네아스는 일행들에게 라틴식 이름을 갖도록 하고 원주민과 동화한다. 아이네아스의 13대 후예 알바의 왕 프로카스는 누미토르와 아물리우스라는 아들을 남기고 죽는다. 장자인 누미토르가 왕위를 계승한다. 흑심을 품은 아우 아물리우스가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빼앗는다. 누미토르를 국외로 추방한다. 누미토르의 남은 가족 가운데 아들은 죽인다. 딸 레아 실비아는 베스타 여신의 사제로 만들어 일생을 처녀로 살게 한다. 자녀가 없어야 후한이 없을 터이니. 그런데 실비아의 아름다움에 반한 군신 마르스가 그녀를 겁탈한다. 실비아는 처녀의 몸으로 쌍둥이 형제를 낳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물리우스는 쌍둥이를 죽이라고 명한다. 가축을 치는 시종 파우스툴루스는 차마 어린 생명들을 죽일 수 없어 광주리에 담아 테베레강에 띄워 보낸다. 비탄에 잠긴 실비아는 테베레강에 몸을 던져 죽는다. 물을 찾아 내려오던 한 마리의 늑대가 두 아기에게 젖을 물려 키운다. 어느 날 한 양치기가 강가를 거닐다 두 아기를 발견하고, 훔쳐 자기의 아들로 키운다. 두 형제의 이름은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

 

출생을 비밀을 알게 된 형제는 아물리우스를 물리치고 외할아버지인 누미토르를 다시 왕으로 모신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계획을 세운다. 도시를 세울 장소 문제로 의견이 엇갈려 서로 싸우다 동생 레무스가 죽는다. 로물루스가 혼자 카피톨리노(Capitolino) 언덕 위에 도시를 세운다. 로마(Rome).

 

도시를 세우지만 여자가 없다. 로물루스는 북쪽 이웃에 사는 타티우스 왕과 백성인 사비니인들을 제례에 초대한다. 이들이 정신없이 구경하는 틈을 타 그들의 도시를 습격해 사비니 처녀들을 납치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노한 사비니인들은 그들의 왕 타티우스의 지휘하에 로마로 쳐들어오지만, 잡혀온 사비니 처녀들의 중재로 화해를 한다.

 

프라다 본사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 매장들을 지나 갤러리 끄트머리에 다빈치박물관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피렌체뿐만 아니라 밀라노에서도 많은 활약을 한다. 이 박물관은 과학자이자 발명가로서 다빈치에 집중해 만들어진 박물관이다. 다빈치는 그림에 템페라 기법을 주로 활용한다. 계란 노른자 등을 활용해 빨리 마르도록 하는 것이다. 수정이 불가능한 프레스코화와 달리 덧그리거나 고쳐 그릴 수 있다. ‘최후의 만찬이 이 기법의 대표작이다.

 

갤러리를 빠져나오면 다빈치상이 있다. 다빈치가 바라보는 건너편 웅장한 건물은 라 스칼라 극장. 3천석 규모의 오페라 극장이다. 화가 다빈치가 왜 오페라 공연을 하는 스칼라 극장을 쳐다보고 있는걸까? 만능 재주꾼인 다빈치는 30세에 스포르차 가문의 초빙을 받는다. 화가나 조각가로서가 아닌, 음악가로서. 현악기인 리라 연주에 탁월했다고 한다. 때문에 스포르차궁정의 연회 총감독 역할을 수행한다. 스포르차 가문에서 다빈치를 소개하는 한 문서에는 회화에도 비범한 재능이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을정도다. 분명 다빈치는 화가로서가 아니라 음악가로서 이곳 밀라노에 오게 된 것이다.

 

다시 갤러리로 되돌아와 두오모 성당으로 향한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고딕 양식의 교회다. 14세기 밀라노 군주인 갈레아초 비스콘티의 지휘로 착공되고 19세기 나폴레옹에 의해 마무리 돼간다. 무려 135개의 첨탑이 있다. 이 중 가장 높은 것 157미터나 된다. 3천 개가 넘는 조각상이 장식돼 있다. 아직도 조각이 끝나지 않은 돌덩어리가 무수히 많다. 웅장하고 아름다움에 입이 떡 벌어진다. 너무 호사스럽다. 신에 대한 엄숙한 경배가 이뤄지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브라만테와 같은 예술가들이 예술적 감성을 키운 곳이다. 모든 밀라노의 거리는 이곳 두오모로 통한다.

 

흠이 있다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푸덕거리는 비둘기떼. 관광객을 상대로 비둘기 모이를 비싸게 팔거나, 행운을 준다며 실팔찌를 채워놓고는 돈을 내놓으라 트집 잡는 흑형도 많다. 이래저래 시빗거리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여기에 소매치기까지. 런던, 이탈리아 어딜 가나 항상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당부를 듣는다. 일행 중 두 명이나 피렌체에서 당할 뻔 했다. 심지어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던 가이드까지도. 사진을 찍을 때 조심해야 한다. 특히 빨간색 옷은 피하는 게 좋다. 돈 많은 중국인들이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것을 소매치기들이 익히 알고 있으니까.

 

이제는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9일이 후딱 지나갔다. 호사를 다 누렸으니, 이제 행복 끝 불행 시작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밀라노 말펜사 공항으로 향한다.

 

말펜사 공항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바레세에 있는 국제공항이다. 밀라노 중심부에서 약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밀라노 도시권 지역의 3개 국제공항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또다시 11시간을 비행기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첫 날 인천에서 런던까지 가는 시간보다는 짧아진 것이 그나마 다행. 2시간 가까이 줄어든 까닭에 식사만 두 번 나올 뿐 간식은 없다. 9일간의 빠듯했던 일정 때문에 몸님이 찌뿌듯해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인천에 도착한다. 또다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버스에서 5시간여를 달려 집에 도착한다. 이제 저녁, 또 잘 시간이다. 갈 때나 올 때나 먹고 자고가 반복이다. 가족들에게 이야기보따리 푸는 건 다음 날로 미루고, 선물보따리만 풀어준다. 못내 아쉽고 서운하지만 별 탈 없이 여행을 마쳤다는 생각에 마음은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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