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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의 해외여행

샛강의 영국여행, 런던 히드로공항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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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4.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여행기1

유럽여행 첫 날!

 

화창하지만 손이 시려오는 겨울날, 뜻밖의 유럽여행 복조가리가 터져 가슴이 설렌다. 여행은 행선지가 어디든 심장을 뛰게 한다. 다람쥐 쳇바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나를 훌훌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요, 일과 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는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기 때문이요, 동경의 세계를 직접 보고 느끼고,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꿈에도 그리던 유럽이 아닌가. 영국,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호비작호비작 톺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리라.

79일간의 길지만 유럽이기에 짧은 일정이다. 새벽 5시께 놀란 마음에 눈을 번쩍 뜨며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옷만 챙겨 입고 헐레벌떡 집을 나선다. 남악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5 30. 빠듯하게 도착해 겨우 버스에 몸을 싣는다. 순간 거친 숨을 고르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그제야 빠뜨린 짐은 없나 생각해본다. 그러나 무슨 소용 있으랴. 이미 버스는 떠나가는데. 어젯밤 회식에 1차만 갔어야 하는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부푼 가슴으로 낮 12 55분 런던 히드로공항행 비행기에 몸을 맡긴다. 시속 800킬로미터로 나는 비행기 안에서만 꼬박 12시간 35분을 지새야 한다. 자그마치 8870여킬로미터의 기나긴 항로다. 그새 기내식이 두 번, 중간에 간식까지 나온다. 시차 적응을 위해, 이튿날 알찬 여행을 위해 런던에 도착하면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에서 숙면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조금도 눈을 부치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 뉴스 등을 보며 시간을 죽여 간다. 그런데다 창가에 앉은 덕?, 옆자리 두 사람에게 미안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버틴다. 엉덩이와 허리가 주인님 너무해요라고 투덜댄다. 유럽이나 미주여행을 가면 비행기에서 힘들다더니, 이제야 헤아려진다.

 

히드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 30. 우리나라보다 9시간이 늦다. 새벽밥 먹고서 무려 20시간을 버스와 비행기에서 옴짝달싹 못했는데, 아직도 잠을 청하려면 6시간여 이상은 더 남았다. 하루가 참 길다. 고생한 몸을 기지개와 벅찬 가슴으로 달래며 공항 입국장으로 향한다.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기다란 줄. 신사의 나라라더니. 입국장부터 참 불친절하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다. 얼마나 까다롭기에 이리도 줄이 길까? 짧은 영어 탓에, 귀가 안 들리면 어쩌지? 어려운 것 물어보면 안 되는데, 대답을 못하면? 설마.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거북이걸음으로 줄을 줄여 간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여권과 입국카드를 내민다. 출신 국가는? 체류 일수는? 체류 목적은? 다른 일행들과 관계는? 다음 행선지는? 짤막한 질문에 한 단어씩 더 짤막하게 대답하고 빠져나온다. 오후 5시께. 이미 공항 밖은 어슴푸레하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 겨울에 해가 일찍 지기 때문이다.

 

바로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행. 30시간이 넘는 긴 하루를 보내는 동안 하는 일 없이 식사만 하고 있다. 마치 사육되는 기분마저 든다. 에구에구 여행 첫 날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벨라비스타 레스토랑에서 수프로 위를 다스리고, 얇은 피자와 또 얇은 로스트비프로 요기한다. 피자나 비프요리는 유럽이 본고장인데 너무 얇고 맛도 별로다. 곁들여 나오는 빵이 오히려 맛있다.

 

런던 히드로공항은 현지 발음으로 히스로공항이다. 미들섹스 하운스로우 지역에 위치해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용객이 많다. 공항 명칭은 공항이 생기기 전 이 일대에 히스꽃이 울창해 붙여졌다. 히스꽃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피는 연분홍색 꽃이다.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 배경이 요크셔 히스꽃 언덕이다. 참 문학적이다. 이런 나라 땅을 밟다니 꿈만 같다.

 

폭풍의 언덕은 유령으로라도 보고 싶어 하며 절규하는 히스클리프(히스 언덕), 유령이 되어서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 하는 캐서린의 아름답고 절절하면서도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다. 폭풍의 언덕의 주인 언쇼는 도심 리버풀에 갔다 오면서 고아 히스클리프를 데리고 온다. 언쇼의 버릇없는 아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학대한다. 연민을 느낀 말괄량이 딸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히스꽃 만발한 언덕에서 사랑의 추억을 쌓아간다. 어느날 개에 물린 캐서린이 린튼가의 저택에서 치료를 받다 예의바른 린튼가의 아들 에드거에게 마음이 끌린다. 결국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린튼과 결혼하면 히스클리프의 출세를 도와 오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어라면서. 이런 마음을 알 리 없는 히스클리프는 집을 뛰쳐나간다. 세월이 흘러 히스클리프는 부자가 돼 돌아온다. 복수를 시작한다. 힌들리에게 접근해 도박으로 재산을 뺏는다. 에드거의 동생인 이사벨라와 결혼한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를 애써 외면하며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가던 캐서린은 극도로 몸이 약해진다. 뒤늦게 캐서린의 진심을 확인한 히스클리프. 하지만 캐서린은 딸을 낳자마자 죽는다. 그녀의 집 앞 숲 속, 고목이 된 물푸레나무에 기댄 히스클리프는 발작을 일으키듯 신음하며 외친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날 찾아와! 어떤 형체로든 내 곁에 있어만 줘!”

 

런던은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다. 국제금융센터 역할을 한다. 국제공항도 히드로와 게트윅, 스탠스테드, 루턴, 런던 시티, 5개나 된다. 면적은 1572.1. 서울의 2.5. 주거 형태가 대부분 2층 구조의 단독주택이다. 아파트는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이어서 인기가 없다. 상주인구는 980만 명. 전 세계 160개국 사람이 모여 살고, 70%가 외국인이다. 시민권자를 브리티시(British)’라고 부른다.

 

영국 차도에서의 무단횡단은 상식이지 위법이 아니다. 화폐 단위는 페니와 파운드인데, 100펜스(펜스는 페니의 복수형) 1파운드다. 우리나라 돈으로 1500원 정도. 런던 택시의 지붕은 블랙캡, 볼록 튀어나왔다. 요금은 우리나라보다 10배 정도 비싸다. 1864년 세계 최초로 운행한 지하철은 한 번 타는데 우리 돈으로 8천 원. 하루 종일 어디든 갈 수 있다. 버스 요금은 4천 원. 사회보장제가 잘 돼 있어 병원비는 무료다. 부럽다. 그 대신 세금을 엄청 많이 내겠지. 영국인의 50%는 중졸로 학력수준이 낮다. 가게에서 계산할 때 셈을 못해 계산기에 의존할 정도다. 중세 이후 흑사병으로 암흑기 시대를 거친 탓에 재채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땅은 주로 석회석이어서 대부분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탄다. 예쁘게 생긴 빨간색 2층버스가 지나치는 것을 보니, 정말 영국에 왔구나 싶다. 건물 앞 도로에선 담배 피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건물 밖이면 아무데서나 필 수 있단다. 군데군데 재떨이가 있지만 도로가에 나뒹구는 꽁초들이 참 보기 흉하다. 애연가들에게 영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인 것 같다. 하필 영국의 첫인상이 이런 풍경이라니.

 

호텔에 도착한다. 24시간이 넘는 기나긴 여정을 보냈지만, 일행들이 한 방에 모인다. 피곤해도 런던에서의 첫 날 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 모두 20. 9일간 동행하게 됐으니 통성명이나 하자는 핑계다. 호텔 방이 비좁아 모두 서서 자기소개를 한다. 현지에서 산 와인과 미리 준비한 소주도 함께 한다. 여독 때문인지 여행 기간 좋은 추억 만들자는 짧은 얘기로 마무리하며 일찍 끝나는 듯하다. 하지만 첫 날 밤 아닌가. 뭔가 부족했던지 젊은 친구들의 선동으로 일부는 호텔바에 다시 모여 생맥주 한 잔을 들이킨다.  12, 호텔바도 문을 닫는다. 다행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각자 방으로 가 잠을 청한다. 이튿날 아침 소문으론 젊은 친구들 몇몇이 호텔방에서 3차를 달렸단다. 참 철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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