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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 왕국

아장 아장 나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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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래 야  나 래 야  네 엣
                     - 열달을 지켜보며 -
 

 

나래야 나래야 죄암질하는 우리 나래야
이백팔일 만에
비가 오려나
부르르르
침 뱉는 건 어디서 배웠니
아랫니가 쏘오옥
두 개가 예쁘게도 자리 잡았구나
죔죔 죄암질도 제법이고
사진기만 보면
번쩍 터지는 섬광에 놀란법도 한데
찰카닥 소리가 신기한 지
생긋방긋 "으흐흐흐" 미소에
예쁜짓도 곧잘 하네
 
나래야 나래야 ‘졸리’ 우리 나래야
앉아 노는 건 이제 싫어
제 혼자서
안락의자 짚고 서나 싶더니
이백사십 일만에
장난감 여행용 가방도 밀 줄 알고
아이구머니나
침대에서 뒹굴다 떨어져
자지러지게 울 줄 알았는데
우는 듯 마는 듯 순한건 지 잘 참는건 지
그날로 안방 침대 내고
탄력 좋고 얇은 뽀로로 만화 깔개 깔고
가장자리 베개로 담 삼으니
맘 놓고 뒹굴뒹굴
까진 아랫입술 예뻐
‘안젤리나 졸리’ 별명까지 얻었구나
 
나래야 나래야 물장구치는 우리 나래야
팔월이라 한가위
온 가족 한데 모이니
"으흐흐흐 오옹알옹알"
손바닥 올려 보이며 죄암죔
아빠 손 잡고 되똥되똥
재롱도 잘 떨어
이백오십 일째
욕조에 몸 담그니
기분이 좋아
처엄벙 첨벙
물장구도 칠 줄 아네

 
나래야 나래야 침흘리개 우리 나래야
윗니가 자릴 잡나
왜 그리도 침을 흘려
침독에 얼굴이 볼썽사납기도 하여라
그래도 좋다고
엉덩이를 실룩샐룩
엄마 손 짜악짝 맞닥뜨리고
아빠 출근 땐 잘 가라고 손도 흔들고
이백칠십 일 갓 넘어
걸음마 하자고 착 세우니
한 발 떼려다 멈짓
웃는 듯 우는 듯 찡그린 듯 오만 표정
왜그리도 귀여운 지
엄마 생일 어찌 알고
장난감 만지작만지작
생일 축하 노래 틀어주는
우리 나래 천재네
 
나래야 나래야 이갈이 하는 우리 나래야
옷 갈아입는 게 싫다고 아빠를 앙 물어
이백삼십일 일 첫 성깔에 웃음이 절로절로
이제 제법 눈물도 그렁그렁
큰 소리 내 울더니
삼십칠점구 도 열이 펄펄 끓는구나
신종플루 무서워라
병원으로 후딱 가
눕히고 코 막고
어르고 달래서 약 먹이니
열감기 사흘 가고
기침감기 이레 가네
윗니 제법 솟더니
뿌드득뿌드득
이 가는 소리 놀래라

 
나래야 나래야 아장아장 나래야
삼백 일을 여드레 남겨두고
드디어 한 발 떼더니
딱 삼백 일째 금새라도 걸을 듯
얼결에 다섯 발을 되똥되똥
돌잔치 예약발길 기분 좋아라
할머니 보고 울기만 하더니
삼백십 일만에 알아보나
얼굴 부비고 손뼉 치며 좋아하네
엄마 젖 떼려다
젖몸살로 사십 도를 넘나들어
아프지 말아라고
얼결에 또다시 열여섯 발, 스물세 발
힘든지 앉아 쉬었다 일어나 다시 걷고
돌잔치 한 달 앞두고
아장아장 잘도 걷네
 
- 조강왕조 1년(2009년) 12월 마지막 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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