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했던 장마가 가고, 한여름 뙤약볕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시나브로 배롱나무가 허물을 벗고 매끈한 줄기의 자태를 뽐낸다.
머리는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빛깔이 100일을 간다 하여,
우리는 그를 백일홍이라 부른다.
백일홍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꽃말이 재밌다.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
'화무십일홍'이라 했건만 백일홍은 그 10배인 100일을 버틴다.
그래서 오래도록 계속되는 인연이나 관계를 상징한다.
꽃말은 아마도 다시 만나 영원하자는 소망이지 않을까 싶다.
담양 명옥헌 원림이나 구례 화엄사, 화순 만연사,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만큼은 아니지만,
무안 남창천 자전거길 배롱나무 터널도 멋스럽다.
이 길을 거닐며 시인 흉내를 내보고 싶은 마음이다.
시와 문학에서 배롱나무는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상징하곤 한다.
백 일의 긴 개화 기간, 인연과 우정이 계속되길 바라는 것이다.
도종환의 '목 백일홍'
안상학의 '병산서원 복례문 배롱나무'
김태형의 '그게 배롱나무인 줄 몰랐다'를 비롯해 백일홍 시는 차고도 넘친다.
이 가운데 도종환의 '목 백일홍'을 떠올려본다.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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