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팔순을 넘어 까막눈을 떠가는 멋진 어르신들이 있다.
평생 자식농사에 여념이 없어 자신도 돌볼 겨를 없이 살아온 어르신의 성인문해교육.
글을 몰라도 큰 불편 없이 살아온 세월이 70~80년을 넘었지만, 삶의 뒤안길에 이르러서야 보다 당당한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고파 한 선택이다.
그렇게 시작한 한글공부, 이젠 글을 읽는 수준을 넘어 훌륭한 문학작품까지 써내려가고 있다.
전남 보성의 박화자(73)·해남의 한순자(84) 어르신이 눈길을 끈다. 교육부의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당당히 최고상인 사회부총리상을 수상했다.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는 주제로 열려 전국에서 1만 8천937명이 참여한 이번 시화전에서 사회부총리상은 전국 총 10명이 수상했다. 이 가운데 전남이 2명이나 차지했다.
박화자 어르신은 칠순을 넘긴 나이에 한글을 배우며 겪는 어려움을 ‘도적놈’으로 비유해 전라도 특유의 사투리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한글 공부의 고충을 해학적으로 표현해 심사위원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한순자 어르신은 ‘요로코롬 좋은 시상도 있는갑소’라는 시를 통해 핸드폰으로 문자와 사진을 보내며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표현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느끼는 기쁨과 성취감을 담아내며, 80이 넘은 나이에 배움의 기쁨을 해학적으로 전달했다.
이 외에도 송금례(76) 어르신 등 전남지역 문해학습자 9명이 늦깎이 학생의 애환을 진솔하게 풀어내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전남도는 전국 시화전 수상자 이외에도 문해학습자들의 성과를 격려하기 위해 도지사상 10명을 포함해 총 143명에게 상장을 수여한다.
전국 수상작을 포함한 150여 작품은 오는 10월 25~26일 나주 빛가람호수공원에서 열리는 ‘제4회 전라남도 평생학습 박람회’에서 특별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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