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고, 전쟁은 폭력적 행위의 정치다.
이는 정치는 총칼 없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기에 전쟁과 다르다는 뜻이다.
이런 정치에 덧셈의 정치가 있는가 하면 뺄셈의 정치도 있다.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쁘다고 같이 할 수 없다는 뺄셈의 정치를 하는 정치는 오래 가지 못한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에서 혁신을 부르짖으며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움직임은,
처음엔 대성공인 듯 했으나, 결국 뺄셈의 정치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민주당과 우리당이 다시 만났지만 대권을 거머쥐는데는 실패.
생각이 달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가며 함께하는 덧셈의 정치를 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궁하면 덧셈의 정치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주역(周易)의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이 발동하는 것이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만물 순환의 역학, 만고 불변의 진리인 셈이다.
역대 대선 때마다 전가의 보도(傳家之寶)처럼 등장하는 단일화.
단일화는 대부분 선거일 직전까지 표심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곤 한다.
각 후보의 지지율 합계 이상의 시너지를 내야 하지만, 꼭 그렇진 않기 때문이다.
단일화에 참여한 후보의 지지 기반과 시점, 방식, 이후 변화상황 등에 따라,
합계 이상(덧셈의 정치)이기도 하고, 그 이하(뺄셈의 정치)이기도 하다.
1987년 민주화에 따른 직선제 개헌으로 치러진 13대 대통령 선거.
'양김(김대중, 김영삼)'의 단일화가 최대 관건이었다.
소위 '넥타이부대'로 상징되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이 때.
군부독재 고리를 끊을 절호의 기회로서,
민주화 운동의 오랜 동지였던 양김의 단일화 갈망이 높았지만,
끝내 두 전직 대통령은 뺄셈의 정치, 즉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다.
이 때문에 민주진영은 대통령 직선개헌의 과실을 보고도,
전두환의 후계자?였던 노태우의 승리라는 뼈이픈 대가를 치러야 했다.
1992년 14대 대선.
쓴맛을 삼킨 김영삼은 3당(민정당, 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통합(민주자유당)으로 대통령에 오른다.
원칙 없고 터무니 없는 야합이었지만,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치 않은? 성공한 덧셈 정치라는 비아냥이 뒤따른다.
단일화의 대성공은 1997년 15대 대선에서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과 자유민주연합 김종필이 대선 45일을 앞두고,
담판을 통해 단일화를 이룬다.
지지기반(호남과 충청)과 정치적 성향(진보와 보수 혹은 민주진영과 군부(박정희) 후예)이
확연히 다른 두 세력이 대화와 타협을 통한 덧셈의 정치로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승리 방정식을 보여준 위대한 역사다.
이로써 김대중 대통령은 4수만에 청와대에 들어간다.
2002년 16대 대선.
이회창 대세론이 압도적이었다.
새천년민주당에서 노무현이 예상을 뒤엎는 파란을 일으키며 후보 자리를 거머쥐지만,
이도 잠시, 대선 한 달여를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한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통합21의 정몽준과 단일화를 시도.
여론조사상 지지율에서 밀렸던 노무현은,
예상을 깨고 또다시 승리를 거둬 대선 24일 전에 단일화에 합의하는 덧셈을 통해 상승세를 탄다.
대선 하루 전날 정몽준이 돌연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지만,
오히려 노무현 동정론이 퍼지면서 표가 결집하는 '반사효과'로 청와대에 입성한다.
원칙을 지킨 '바보 노무현'이 세 번씩이나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셈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선 단일화를 이뤄내고도 대선에선 성공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단일화 방식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대선 26일 전 무소속 안철수가 스스로 '철수'하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지지선언을 한 것.
부자연스러운 얼렁뚱딴 단일화인데다, 이후 협력도 없었던 탓에 덧셈을 하지 못한 채 실패로 막을 내린다.
2017년 19대 대선에선 단일화가 불발에 그친다.
박근혜 탄핵으로 실시된 조기대선인 만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의 독주체제.
보수 진영 자유한국당 홍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등이 단일화 논의를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뺄셈의 길을 걸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상 최다 특표수 차(557만951표) 승리를 헌납한다.
2022년 20대 대선.
국민의힘 윤석열과 국민의당 안철수가 단일화 방식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결국 안철수가 선거 6일 전에 후보직을 내려놓으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포함해 세 번째 '또 철수' 한다.
덧셈인지 뺄셈인지 알 수 없지만 결과를 보면 덧셈인 듯하다.
윤석열이 불과 0.73%포인트 차로 신승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겼으니...
2025년 21대 대선.
윤석열 파면으로 또다시 이뤄지는 조기 대선 국면에,
국민의힘 김문수와 한덕수의 단일화가 코믹?한 막장드라마를 보여준다.
개그맨들 큰일났다.
공당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후보에 오른 김문수.
그러나 그 공당의 대표 권영세는 후보 등록 시작일 새벽,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한덕수를 찰나의 시간에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 듯 입당시켜 후보로 교체해버린다.
이른바 '정당 쿠데타'라는 오명을 쓴 정치사건.
하지만 한덕수는 당원투표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또다시 찰나의 순간인 '1일 천하'로 막을 내린다.
어쨌거나 김문수로 단일화는 된 셈이지만, 뺌셈의 정치가 분명해보인다.
다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덧셈인지 뺄셈인지 정확한 정답은 2025년 6월 3일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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