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고)! 가(야 하는)! 그곳!
시나브로 후텁지근한 한여름이 저물고, 시원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는 무엇일까? ‘백로’와 ‘추분’ 사이에 있는 ‘백중’. 음력 7월 15일로, 올해는 지난 9월 18일이 바로 그날이다. 다소 생소할 절기이나, 농사일에선 아주 중요한 날이다. 농민들이 세벌 김매기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날.
풍성한 과일과 채소를 수확해놓고, 그 고단함을 달래며 잠시 쉬면서 음식과 술을 나눠 먹는 날이다. 풍년을 기원하며 지주가 음식을 마련해 머슴을 위로하고 잔치를 베푼다. 머슴에게 돈을 주기도 한다. 현대판 (농업인)근로자의 날인 셈이다.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이 오는 8월 24일 농업테마공원 일원에서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풍년 기원 여름잔치, 전통 농경의례 ‘백중놀이’ 재현 무료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옛 전통을 되살려 참가자가 백중놀이의 역사적 의미를 배우고, 직접 체험해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도들노래’ 보존회 공연을 시작으로, 김매기 재현, 씨름대회, 미꾸라지 잡기 등 전통 농경체험이 펼쳐질 예정이다.
참가자는 23일까지 전화(061-462-2753)나 누리집www.jam.go.kr)을 통해 선착순(200명 내외) 접수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참여자는 모자, 수건, 여벌옷 등을 준비해야 한다.
백중은 종교와도 인연이 깊은 절기다. 도가(道家)에선 중원이라 한다. 상원(음력 1월 15일)과 하원(음력 10월 15일) 사이. 하늘의 선관(仙官)이 1년에 세 번 인간의 선악을 살피는 데 이를 원(元)이라 하고, 이 3원 가운데 백중은 중간에 끼어있다. 이날 선관이 선악을 살피기 위해 내려올 때 지옥문을 열어놓고 내려온다. 지옥에 있던 모든 조상이 이 날 나오기 때문에 이 날 제사를 지내면 조상님들이 복을 주고 간단다.
불교에서는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조상 영혼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을 치른다. 목건련의 전설 때문이다. 석가모니의 제자 중 신통력이 제일이었던 목련존자는 어머니가 죽어 아귀도에 빠진 것을 알고 석가에게 부탁해 개의 몸으로 태어나게 했다. 석가는 “매년 음력 7월 15일 오곡백과와 다양한 음식을 나눠주면 과거·현생의 7대 부모까지 큰 복을 받을 것”이라 하였고, 이후 부유한 사람은 사찰에 음식을 시주하고, 일반인은 돌아가신 부모를 기리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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